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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08.축제 감독이 날 좋아하다니!

요약

다음 날이 되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다시 세인트 킬다로 향했다. 그 날은 다른 매니저 분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왔으며 사진 작가로 활동하는 피오라와, 안과 의사로 일 하다가 다른 목표가 생겨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지내던 대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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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1월 ]

금요일(행사 이틀 전)
in 사무실,
Saint Kilda

다음 날이 되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다시 세인트 킬다로 향했다. 그 날은 다른 매니저 분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왔으며 사진 작가로 활동하는 피오라와, 안과 의사로 일 하다가 다른 목표가 생겨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지내던 대일이 있었다. 그리고 인사만 해서 잘 모르지만 남성분이 한분 더 계셨다. 모든 분들은 마곳과 비슷한 연령대로 보였다. 나는 사람들이 앉아서 작업하던 주방 쪽에 놓여진 테이블로 갔다.

마곳이 처음으로 내게 준 과제는 'laminate'였다. 


라미네이트?
지금까지 라미네이트는 치아를 가지런하게 만드는 시술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마곳이 나에게 그것을 요청할 일이 없지 않는가. 그래서 순간 당황하며 어떻게 이 난관을 해쳐갈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녀가 직접 기계를 들고 와 어떻게 하는 지 설명해 줘서 라미네이트가 뭔지 알 수 있었다. 

(단어를 아시는 분들은 당연히 이해하셨겠지만) 라미네이트는 바로 '코팅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였다. 마곳은 나에게 코팅을 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전문적인 용어도 아닌데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보며 앞으로 행사까지 어떻게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여하튼 기계 때문에 살 수 있었던 나는 원래부터 잘 알아 듣고 있었던 것처럼 행동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가 요청한 안내판 등을 코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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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를 사용하여 행사 안내 정보가 들어있는 자료들을 직접 코팅하였다. 


Wine, water or tea?
코팅을 마친 뒤 테이블로 돌아가자 마곳은 나에게 "Nahee, wine, water or tea?"라고 물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에게 와인 한 잔을 부탁했다. 그렇게 마곳은 일 하는 중간 중간에 계속 마실 것을 권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와인을 마시며 일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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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하루 전, 그들은 와인을 마시면서 여유롭게 일을 처리하였다. 

그들은 정말 놀랍도록 여유로웠다. 행사를 며칠 앞둔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 내가 이전에 일을 하면서 항상 봐 오던 장면은 이들의 모습과 정반대였다. 나에게 행사 바로 전 주는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긴장한 상태로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끝내지 못한 일을 처리하기 바빴다. 여기 저기서 프린트를 하고,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고, 챙겨갈 물건들을 정신 없이 준비해야 겨우 행사 시작하기 전에 마무리 될까 말까였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여유롭게 테이블에 앉아서 담소도 나누고, 완성된 자료를 검토하며 시간을 보냈다. 부엌에서는 피오라가 약 두 시간에 걸쳐 정성스럽게 요리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그들처럼 행사 전 주가 되면 모든 것이 완성된 상태에서 검토하고, 빠진 부분이 있는지 체크하고, 다시 한번 내용을 숙지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업계의 특성 때문인지, 행사를 준비하는 기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에 항상 쫓기듯이 준비를 해야했다. 그리고 항상 인력도 매우 부족했기에 행사를 준비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늘 과중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들의 준비 기간은 우리보다 상당히 길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곳은 나에게 설문지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기 위해 작성한 것이었는데, 설문지 안에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하고 위 아래 줄 맞춤을 하고 싶어했다. 나는 그녀가 요청한 것을 해결해주었다. 

뒤이어 그녀는 곧이어 나에게 다른 것을 부탁했다. 여기서 나는 두 번째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앞의 에피소드에 언급했던 것처럼 그녀는 호주 악센트가 굉장히 강했고 말도 매우 빨랐다. 그래서 그녀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놓치고 말았다. 내가 들은 단어라고는, 어떤 지명과, 차, 시간이었다. 나는 이걸로 추측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여기서 그 지역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물어본 것이 아닐까? 나는 구글지도를 켜서 그녀가 말한 지명을 적어 경로를 찾아냈다. 그리고 긴장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다행히도 그게 바로 그녀가 요청한 일이었다. 그녀는 "Thank you"라고 말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덧: 지금 생각하면 알아 들은 척 넘기고 추측해서 행동하는 것은 참 바보 같은 짓이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꼭 "Sorry?"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물어보면 좋겠다. 나는 그 당시 그렇게 다시 물어보는 걸 참 못했다. 그렇게 말할 바에는 알아듣는 척 하고 넘기거나 내가 추측하는 대로 받아들이고 행동했던 것 같다. 아마도, 다시 물어봤자 알아 듣지 못할 거라는 나 자신에 대한 불신과, 못 알아 들었다는 것에 대한 창피함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제프리와 만날 때에도 그랬어서 항상 지적을 당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 한다고 해서 아무도 뭐라 안 한다. 오히려 그렇게 안 하고 알아들은 척 하다가 들키면 더 이상해진다.)


마곳은 나에게 무대를 관리해봤냐며, 이번 행사 때 무대를 담당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사실 그건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미 모든 것이 다 정해진 마당에 체크하고 무대에 세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무대의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영어로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나는 그 당시 호주인들과의 의사소통에 매우 어려움을 겪던 때였다. 그래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부렸다. 

그러자 그녀가 나한테 페이스북 관리를 해 보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동안 페이스북을 관리해 본 경험은 없으나, 사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영작 실력은 초등학생 수준일텐데, 일일이 첨삭을 받으면서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원래의 나 같으면 어려워 보이는 일도 할 수 있다며 자신있게 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무엇이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므로, 분명 처음에는 어려워도 마지막에는 해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정말 달랐다. 아니 사실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의 내가 그러한 역할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정말 불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면 자신 있게 할 수 있겠다고 말해볼텐데..)


마침내 피오라가 공들인 요리가 끝났다. 우리는 자리를 이동하여 식사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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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줄 왼쪽 사진에서, 차례대로 피오나, 대일, 마곳

기념 사진을 몇 장 찍고, 음식을 덜어 먹기 시작했다. 마곳은 나에게 집이 어디고, 어떻게 갈 거냐고 물어봤다. 내가 살고 있던 호손은 세인트 킬다에서 이동하기가 애매했다. 차로는 10분이면 갈 수 있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트램을 탄 후 기차로 갈아타야 했고 40분이 넘게 걸렸다. 그녀는 나에게 본인이 돈을 지불할테니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대일이 말했다.


마곳이 너 맘에 드나봐, 이렇게 챙겨주는 거 보니!
그러자 마곳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 옆에서 피오나가 말했다. 마곳은 경력이 많고 행사 업계에서 인지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많은 젊은 사람들이 마곳과 함께 일하길 원한다며, 나보로 마곳을 잘 붙잡아 두라고 했다. 대일은 나에게 행사 끝나고 시드니 가자고 말하면서, 자기네들 행사는 호주 전역에서 열리고, 가끔은 뉴질랜드에서 진행하기도 한다며, 이동하며 지내도 괜찮냐고 묻기까지 했다. 

나는 그들이 나를 좋게 바라봐 준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없었다. 사실 내 업무적인 능력에는 자신이 있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기 때문에 뭐든 해낼 수 있다고 믿었지만, 영어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것은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었다. 이 상태로는 아무리 그들이 나와 함께 일 하길 바라고 나도 원한다고 해도, 가능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첫날은 무사히 잘 보냈지만 이것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고, 오히려 행사가 시작되면서 그들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좋은 감정과 기대감이 깨질까봐 무섭기만 했다. 그래도 그들의 관심과 애정에 감사하며, 모든 것이 잘 되기만을 바랐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과 인사를 하고, 마곳이 불러 준 우버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토요일(행사 하루 전)
in Central Park,
East Malvern

행사가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 날은 행사 세팅을 돕는 날이었다. 오전에 행사 장소인 센트럴 파크에서 모이기로 했다. 제프리가 친절하게도 공원까지 태워다 주었다. 그리고 함께 밖으로 나와 매니저들과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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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진행될 센트럴 파크의 모습 

많이 긴장한 상태로 갔는데, 사실 그 날은 정말 할 게 별로 없었다. 부스나 테이블 등 모든 것들은 담당해주시는 분들이 오셔서 작업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간단하게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체크만 하면 됐다. 

먼저 나는 각 부스가 계획했던 위치에 잘 세워지고 있는지 체크를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일을 돕기 위해 대일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부스명이 프린트 된 A4용지를 부스 천막 위에 붙이고 있었다.

항상 나는 행사를 할 때마다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부스에 달았기 때문에, A4용지는 조금 성의 없어 보였다. 심지어 용지 안에는 다른 디자인 없이 검정색 글씨로 이름만 적혀 있었다. 그래서 대일에게, 나는 항상 행사를 할 때 현수막을 사용했었다며, A4용지로 이름을 표기하는 거면 부스 위에 붙이는 것보다 테이블 위에 플라스틱 판을 설치한 후 거기에 끼우는 것이 더 깔끔하고 보기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자 대일이 말했다. 자기네들도 보통 현수막을 사용하는 편이고, 플라스틱 판도 사무실에 가지고 있지만, 이번 행사 때 지방의회에서 예산을 조금 주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어 진행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내가 그동안 겪었던 경험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예산은 적게 주면서 항상 완벽하게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우리는 인력비를 줄이더라도 그 기대치에 맞게 최대치의 결과를 내야만 했었다. 하지만 이들의 마인드는 달랐다. 준 만큼 하는 것,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항상 그렇게 하지 못했었다. 나는 그렇게 이야기 하고 행할 수 있는 그들이 멋있었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당연한 환경이 부러웠다. 


왜 우리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하지 못할까?
그렇게 공원에서 약 두 시간 정도 부스 세팅이 제대로 되고 있는 지 체크하고 이름표를 붙인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행사 날이 되었다.


[원문] "[호주워홀] ep8. 축제 감독이 날 마음에 들어하다니!"
별처럼 밝게 빛나는(퐁당) https://blog.naver.com/dreamingstars/221568249848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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