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치즈 스콘을 다시 구워봤다. 냉동파 말고 생으로 된 파를 듬뿍 넣었더니 맛이 훨씬 좋아서 만족스러웠지만... 냉장고에 있던 파마산 치즈가 죽어버려서 못 쓴 건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만 냉장고에 있던 모차렐라랑 체다, 그라다파다노 치즈를 대충 털어 넣었는데 꽤 괜찮긴 했다. 나무 쟁반은 어디서 받은 건데 안 쓰고 있다가 침대 위에서 뭐 올려놓고 먹기 꽤 좋은 쟁반이라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 위에서 성경 읽으면서 스콘이랑 수프나 마실 거 올려놓고 있기 적당함.
요즘은 해가 정말 늦게 뜬다. 8시가 됐는데도 어둑어둑한 게, 작년에는 그래도 학교 간다고 억지로라도 일찍 일어났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으니까 일어나는 게 늦어졌나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이 해가 제일 긴 시기라던데 정말로 해가 8시 반쯤에 떠서 5시 전에 져버리고, 날씨는 맑았다 흐렸다 오락가락하는 중.
화요일 아침에 갑자기 필을 받아서 초콜릿을 가지고 초콜릿 칩 스콘을 만들었다. 스콘을 만드는 건 반죽이 오래 걸리지는 않다 보니까 수업 시작 직전에 슉슉 반죽해서 휴지해뒀다가 중간 쉬는 시간에 꺼내서 굽고ㅋㅋㅋㅋ 근데 그런 것치고는 꽤 잘 구워져서 만족쓰. 따뜻한 라테 한 잔이랑 아침으로 먹기 좋다.
12월 15일부로 통행제한이 완화되었다. 이제 외출 확인증이나 거리 제한은 없는데 8시에 통금이 걸림! 그래서 그런지 길에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동네는 아기자기하고 좋은데. 코로나... 괜찮을까. 1월에 락다운 다시 하는 건 이미 정해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긴 한데... 어떻게든 되겠지.
밥 먹다가 뭐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싶었더니 설탕 봉지와 참기름 병이 선반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병이 깨진 건 아니었는데 한 2유로 어치는 버린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깊은 한숨.... 치운다고 그렇게 고생한 건 아니지만 방이 조금 고소해져버리고 말았다. 흑흑.
인스타 보다가 보인 귀여운 기사ㅋㅋㅋㅋ 산타를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동심을 지키기 위한 그런 농담이라는 걸 생각하면 좀 좋다.
요새 집중력이 많이 부족해서 나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탄수화물을 공급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렸을 때부터 바게트 하나를 통째로 먹어보는 게 약간 로망이었는데 프랑스 온 지 1년 4개월 만에 시도하려고 빵집을 갔더니 보인 귀여운 빵. 크리스마스 시즌 끝나기 전에 저거 사 먹어야지.
그리고 카망베르 치즈랑 무화과 잼을 사서 오전 수업 내내 뜯어서 먹으면서 수업을 들었다. 굉장히 프랑스 느낌 나는 아침. 이러니까 배불러서 점심을 안 먹은 건 안 비밀.
그리고 이번 주 수업은 infectious disease modeling이었는데 꽤 있어 보이는 프로그램을 배웠다. 전염병의 발생률이나 인구 비율 같은 것들을 입력하면 발생 양상을 예측해서 지도에 띄워주는 프로그램. 근데 그래픽을 다루는 거라 그런지 프로그램이 굉장히 무거웠다. 렉 굉장히 잘 걸려버럼.
금요일에는 라파예트에 갔다. 뭐 사려는 건 아니었고 구경하러 감. 물론 주말보다는 나았겠지만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았고..... 전망대에 사람도 많은데 그런 것치고는 사진이 잘 나오는 위치는 아니라 거기까지 가서 사진 찍는 건 그냥 포기하고 그냥 사람 별로 없는 다른 데에 가서 적당히 찍었다. 시간을 잘 맞춰서 간 건지 옥상에 올라갔더니 화려한 노을이 에펠탑을 감싸고. 사진으로는 안 담겼는데 되게 파리스럽고 멋진 뷰였다.
거의 두 달 만에 교회에 갔다.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작년 이맘때쯤에 비하면 사람이 반도 안 된 거 같은 느낌이라 많이 아쉽긴 했는데 그래도 오래간만에 보는 얼굴들이 반가웠다. 교회 벽에 현수막을 붙여놔야 하는데 안 붙어서 이리저리 달다가 결국 현수막 귀퉁이에 구멍을 내고 내 마스크 스트랩으로 묶어서 달았다. 원래 언니한테 마스크 스트랩 보내달라고도 안 했는데 보내준 언니한테 치얼스. 예배도 무사히 끝나서 감사한 일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샤틀레 역에서 본 대형 트리. 작년에도 큰 트리 설치해놓은 걸 봤는데 올해의 트리가 더 화려한 것 같다. 아니 같은 트리인가...? 뭐 어쨌든. 작년에 비해서 크리스마스 느낌이 정말 안 나긴 하는데 어쨌든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긴 해서 좀 덜 아쉽다. 그래도 Joyeux Noël :)
관상은 안 믿는데 내가 무슨 상인지 궁금해서 해봤다. 이런 게 요즘 유행이라며...? 처음에 뱀이 나오길래 여러 번 해봤더니 뱀이랑 고양이가 번갈아가면서 나왔다. 어쨌든 대충 뱀이랑 고양이 상 사이에 있는 그런 느낌인 걸로.
[원문] "14.12.20-20.12.20 파리 일상; 방학을 앞둔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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